1. 읽게 된 계기
Lately, my sense of pride (both in my product and as a project lead) has been sinking deep somewhere below the basement of my own mind, tangled with my “serious” health issues.
When I think back, I used to read countless books during my salaried days. Those books were what pushed me toward starting my own venture. But after diving into entrepreneurship, I got caught up in performative work (things that looked productive from the outside) and somehow lost the quiet ritual that once gave me real inspiration and strength.
Maybe that’s why I’ve felt like I’ve been crawling along the floor lately. I realized that I need to rebuild my inner framework especially in my mindset and attitude toward business itself through books again.
왜 영어로 적었냐면 한글로 적기 싫어서다.
난 한국인이고, 자존감에 대한 얘기를 한국어로 하면 왜인지 더 부끄러워지기 때문이다.
2. 인용
PART1 계시의 순간은 없다
실리콘밸리는 멋진 창업 이야기를 좋아한다. 세상을 바꾼 사업 구상, 한밤중에 번뜩 생각이 떠오른 순간, ‘이것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 같은 대화를. 창업 이야기는 보통 계시의 순간을 강조한다. 회의적인 투자자와 경계하는 이사진, 꼬치꼬치 캐묻는 기자를 설득하다 마지막으로 대중에게 설명할 때는 분명한 창업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 그러나 이 책을 읽고 나면 그 이야기가 전부는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 늦게 반납한 「아폴로 13」과 관련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는 연체료 때문에 넷플릭스라는 사업을 생각해내지는 않았다.그런 계시의 순간은 흔하지 않다. 창업 이야기에 등장하는 계시의 순간은 너무 단순화했거나 완전히 지어낸 경우가 많다. 우리는 영감이나 천재같이 낭만적인 개념과 관련된 이야기를 좋아한다. 우리는 아이작 뉴턴이 사과나무 밑에 앉아 있다 사과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생각해내는 이야기를 원한다. 아르키메데스가 목욕을 하다 부력의 원리를 생각해내는 이야기를 원한다. 하지만 진실은 보통 훨씬 더 복잡하다. 형편없는 사업 1000가지를 생각하다가 좋은 구상 하나를 얻는 게 진실이다. 그리고 때때로 나쁜 구상과 좋은 구상을 구별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나는 어떤 사업 구상이 성공하고, 어떤 구상이 실패할지 전혀 몰랐다. 1997년에 나는 그저 내 회사를 시작하고 싶었고, 인터넷으로 무엇인가를 파는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게 다였다. 세계에서 아주 큰 미디어 기업 중 하나가 그런 두 가지 바람에서 시작되었다는 게 어처구니없어 보인다. 하지만 사실이 그렇다. 이 책은 맞춤형 샴푸라는 사업 구상을 어떻게 넷플릭스로 발전시켰는지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 같은 창업 이야기에 따라다니기 마련인 ‘신화를 까발려서 본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내가 이 책을 쓴 목적 중 하나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처음 만들면서 우리가 무심결에 주로 했던 일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효과가 있었는지 보여주는 것도 똑같이 중요하다.
계시의 순간을 믿지 말자. 번개 치듯 번쩍하는 순간에 최고의 구상이 떠오르는 일은 별로 없다. 언덕길에서 차가 막혀 꼼짝도 못 하고 모래 트럭 뒤에 서 있을 때, 갑자기 번뜩이는 구상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보통은 몇 주, 몇 달에 걸쳐 천천히, 서서히 그 구상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업 구상을 드디어 찾아냈을 때조차 오랫동안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 수도 있다.
PART2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
1997년쯤 내가 그랬다. 그때 나는 서른아홉 살이었다. 멋진 아내와 세 아이가 있었고, 샌타크루즈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조금 큰 집을 마련할 정도의 경제적인 여유도 있었다. 예상치 못했던 일이긴 하지만, 시간 여유도 많았다
그는 세상을 바꾸고 싶었지만, 기술 CEO로 그런 일을 할 수는 없다고 점점 포기하게 되었다. 리드는 “진짜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몇백만 달러로는 어려워. 수십억 달러는 있어야 해”라고 말했다. 그는 그나마 교육을 통해 변화를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교육 개혁에 점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분야의 제대로 된 학위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아무도 그의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스탠퍼드에서 공부할 생각이었다. 그는 새로 회사를 설립할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투자자나 고문으로 사업에 한 발을 걸치고 싶어 했다.
우리는 내 수첩에 적힌 95번째 구상을 가지고 토론했다. 특별 주문을 받아 재료를 혼합하는 애완동물용 먹이였다. 발상은 좋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다. 리드는 그 사업이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고객이 키우던 개가 죽으면 어떻게 해? 우리는 고객을 잃게 되는데”라고 그는 반대했다. 나는 그날 아침 울타리에 구멍을 내놓은 우리 개 랩을 생각하면서 “그렇지. 고객에게 개가 없어지니까”라고 말했다. “맞아. 맞아.” 리드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고객 개개인의 요구에 맞추어서 하나하나 다른 제품을 만드는 일이 너무 힘들다는 게 핵심이야. 절대 쉬워질 수 없는 과정이지. 12개 제품을 만들려면 1개 제품을 만들 때에 비해 정확히 12배의 노력을 들여야 해. 성공할 수가 없어.” “하지만 우리는 뭔가 팔아야 해.” “맞아. 하지만 너는 규모를 늘릴 수 있는 뭔가를 팔고 싶잖아. 1개를 팔 때 들이는 노력으로 12개를 팔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있잖아. 이왕 팔 거면 한 고객에게 계속해서 팔 수 있는 뭔가를 찾아봐.”
크리스티나는 얼굴을 찡그렸다. “비디오를 보내주고 돌려받아야 하잖아요. 사람들은 그 비용을 부담하려고 하지 않을 거예요.” 나는 “맞아”라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비용이 많이 들 거예요. 우선 비디오테이프를 장만해야 하고, 고객에게 보내고 돌려받는 비용이 들어요. 사들인 비디오테이프를 보관할 장소도 필요하죠…….” 테가 끼어들었다. “게다가 누가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려고 1주일씩 기다리고 싶겠어요?” “나라면 영원히 기다릴 수도 있어”라고 나는 대답했다. 테는 “영화를 보고 싶을 때 곧장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말의 핵심이에요”라고 설명했다.
아내는 빙그레 웃으면서 “그 사업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거야”라고 말했다. 아내가 반대하는 이유는 크리스티나와 테가 시장조사를 마친 후 한 이야기와 거의 똑같았다. 비디오테이프는 부피가 너무 커서 운송하기 불편하다. 고객이 비디오테이프를 돌려준다는 보장도 없다. 운송 중에 파손될 위험도 크다. 무엇보다 비디오테이프가 비쌌다. 나는 비디오테이프들을 장만하는 데 비용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생각하지 못했다. 우리 집에는 어린이용 비디오테이프밖에 없어서였다.
크리스티나가 며칠 동안 블록버스터와 비디오 대여 사업에 대해 시장조사를 한 결과 전망이 밝지 않았다. “오프라인 비디오 대여점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비디오테이프 하나를 한 달에 스무 번씩 빌려줘야 겨우 수지를 맞추거든요. 사람들이 계속 찾아오게 하려면 새 비디오테이프를 갖춰야 해요.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빌리려고 사람들이 금요일 밤마다 대여점 앞에 줄을 서지는 않으니까요. 사람들은 새로 나온 비디오를 보려고 해요. 그래서 비디오 대여 사업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아요.”
”비디오테이프를 80달러에 사서 4달러에 빌려준다고 해봐요. 비디오테이프를 포장하고 취급하고 배송하는 데 1달러씩은 들 거예요.” 테가 “80번은 빌려주어야 본전을 건질 수 있어요”라고 덧붙였다. “맞아요. 비디오 대여점은 새로 나온 비디오테이프를 한 달에 스물다섯 번 빌려줄 수 있어요. 우편으로 보내지 않아도 되니 24시간만 빌려주면 돼요. 포장해서 우편으로 보내는 비용이 들지 않아 빌려줄 때마다 이윤을 더 많이 남길 수 있어요”라고 크리스티나는 설명했다.
”우편으로 보내는 데만 최소한 사흘이 걸려요”라고 말하더니 수첩을 내려다보면서 “빨라야 1주일 만에 돌려받을 수 있는데, 그러기는 쉽지 않죠. 한 비디오테이프를 기껏해야 한 달에 네 번 빌려줄 수 있어요. 운이 좋으면”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새 비디오테이프로 돈을 벌 때쯤 되면 더 이상 새롭지 않아서 인기가 떨어지죠”라고 테가 말하자 “정확해”라고 크리스티나가 맞장구를 쳤다. 테는 “게다가 블록버스터와 계속 경쟁해야 해요. 미국에서 거의 10분이나 15분에 한 명씩은 블록버스터에서 비디오테이프를 빌릴 거예요”라고 덧붙였다.
PART3 DVD를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가볍고 싼 DVD가 많아지면 부담 없이 다양한 DVD를 갖출 수 있을 뿐 아니라, 고객에게 보내는 비용도 줄어들기 때문에 DVD를 배송하는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책, 음악, 애완동물 먹이 등 다른 분야들도 서서히 온라인으로 옮겨 가는 추세여서 영화 대여 사업(1년에 80억 달러를 벌어들이는 사업이다!)도 솔깃한 대상이었다. DVD에 운명을 맡기는 게 위험했지만, 그동안의 틀을 깨는 게 우리의 방법일 수도 있었다. 모두가 VHS를 빌려줄 때 우리는 DVD를 우편으로 빌려주는 일을 시작하려고 했다. 우편으로 크고 무거운 VHS를 빌려주기는 어렵지만, 작고 가벼운 DVD는 빌려줄 수 있었다. 이제 방법만 찾으면 되었다.
크리스티나와 테의 도움으로 완성한 ‘DVD 우편 배송’ 사업 구상을 30분 동안 열렬히 설명했다. “그냥 한번 해보자고. CD를 우편으로 너희 집에 보낼게. CD가 망가지면 이 사업 구상은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게 되지. 무사히 도착하면 화요일 밤에 다시 이야기해보자고.”
“모든 우편물을 이렇게 처리하나요?”라고 나는 물었다. 우체국장은 나를 보고 웃더니 “물론 그렇지 않죠. 지역 우편만 이렇게 처리합니다. 다른 지역으로 가는 우편은 새너제이까지 트럭으로 싣고 가서 그곳에서 분류하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포장을 벗긴 CD를 봉투 안에 넣어서 다른 지역으로 보낼 경우, 긁히고 금이 가고 망가질 수도 있다는 뜻인가요?” “아마 그럴 거예요”라고 그가 대답했다. ‘우리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보낸 CD가 망가지지 않은 것은 운이 좋아서였다. 다른 우체국에서 보냈다면, 리드가 로스가토스나 새러토가에서 살았다면, CD가 망가질 수도 있었다. 세상에, 그가 사는 샌타크루즈가 아니라 내가 사는 스코츠밸리에서 CD를 보냈다면 사정이 달라졌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 책을 쓸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니면 맞춤형 샴푸에 관한 책을 썼을 수도 있다.
CD가 안전하게 도착하자 리드와 나는 좋은 사업 구상을 찾아냈다고 생각했다. 크리스티나와 테는 여러 이유로 반대했지만, VHS에서 DVD로 넘어가는 시대라는 사실은 확실했다. DVD를 장당 20달러에 사서 32센트 비용으로 배송할 수 있다면 한번 해볼 만한 사업이었다.
1997년에는 파워포인트로 만든 자료만 가지고 200만 달러를 모아야 했다. 시대가 그랬다. 1997년에는 스퀘어스페이스가 없었다. 스트라이프도, 애드센스도 없었다. 옵티마이즐리도 없었고, 클라우드도 없었다.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싶으면 엔지니어와 프로그래머에게 만들어달라고 의뢰해야 했다. 홈페이지를 서비스하려면 서버를 가지고 있어야 했고,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분석도 직접 해야 했다. 주말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6개월 동안 꼬박 매달려야 했다. 그리고 자금이 많이 필요했다. 사람을 채용하고, 사무실을 빌리고, 장비를 사고…… 우리의 사업 구상이 시장성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서 첫 투자를 받을 때까지 버틸 만한 자금이 있어야 했다.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받아 사업 구상을 실행해보지 않는 한 시장성이 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가 없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사업 구상만으로 투자를 받아야만 했다.
나는 시간을 투자했고, 리드는 돈을 투자했다. 사업 초기에 돈을 전혀 투자하지 않으면서 나는 내 지분을 효율적으로 조정했다. 그 과정을 이해하려면 스타트업 회사들이 어떻게 돈을 마련하는지를 어느 정도 알아야 한다. 계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지루해도 잠시 참아야 한다.
… 나는 이 일로 전혀 고민하지 않았다. 기존 주식 가치 희석은 스타트업을 하면서 흔히 일어나는 과정 중 하나다. 내 지분은 50%에서 30%로 줄어들었지만, 사업 자금을 확보한 회사의 지분을 30% 갖는 게 현금이 전혀 없는 회사의 지분 50%를 갖는 것보다 훨씬 낫다.
그동안 뭔가 멋진 사업 계획을 떠올려야 했다. 나는 억지로 짜내기보다 사업 계획이 문득 떠오르기를 기대했다. 철저하게 시장 전략을 세우고, 수입과 비용을 자세히 예측하고, 시장 점유율을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등 숱하게 사업 계획을 세워도 순전히 시간 낭비였다는 사실을 깨닫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사업을 시작하는 순간 그런 계획은 쓸모없어지고, 예측이 얼마나 빗나갔는지만 알게 될 뿐이다. 사실 어떤 사업 계획도 실제 시장에 내놓은 후에는 수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니 가능한 한 빨리 사업 구상을 실천해보면서 현실과 부딪치는 게 낫다.
PART4 팀을 꾸리다 (생략)
PART5 이 사업에 투자해줄래요?
OPM이 무슨 뜻일까? 그냥 스타트업에서 사용하는 은어다. 다른 사람의 돈Other People’s Money이라는 뜻이다. 기업가들은 OPM을 기억하라고 간곡하게 충고하면서 “당신의 꿈을 이룰 사업을 시작할 때 다른 사람의 돈만 활용하세요. 사업은 위험합니다. 당신은 삶을 바쳐서 사업 구상을 했으니, 돈은 다른 사람이 투자하게 해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그게 다른 사람 돈을 활용할 때의 또 다른 좋은 점이다. 삶을 바쳐서 회사를 시작하기 전, 내 생각이 완전히 틀린 게 아니라는 사실을 어느 정도 확인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 누군가에게 돈을 투자하도록 설득하려면 ‘그 사업 구상은 좋아’라는 맹목적인 지지자가 아니라 눈을 부릅뜨고 지지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요즘도 젊은 사업가를 만나면 나는 다른 사람에게 사업 구상을 이야기한 후 “좋은 생각이에요”라는 대답을 듣자마자 “나한테 몇천 달러만 투자할 수 있어요?”라고 질문하라고 조언할 때가 많다. 대부분은 줄행랑칠 것이다.
‘돈을 구걸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 물어보았다. 답은 ‘굉장히 어렵다’였다. 사람들에게 무엇을 요청하고, 보답으로 무엇을 약속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해보면 마케팅이나 영업이 얼마나 어려울지 가늠하기 쉬워진다. 몇 년 후 마케팅 일을 시작했을 때 나는 병에 담은 생수가 판매 기술의 위대한 승리, 최고의 마케팅이라고 생각했다. 나에게 돈을 주면 내가 …… 물을 줄게. 거의 공짜이고,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물이지만. 지구 표면의 75%를 덮고 있는 물이지만.
어쨌든 나는 돈을 달라고 말할 수 있었다. 그 후 4시간 동안 1달러 75센트를 모아 푸드코트에서 핫도그를 사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점점 더 구걸을 잘할 수 있게 되었다. 간단하게 구걸하는 방법을 익혔다. 눈을 맞춘다. 고개를 조금 숙인다. 잘 들리게 이야기하되 부담을 주거나 겁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목소리여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들에게 있는 그대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게 돌파구였다. “잔돈이 있으면 나눠주시겠습니까? 정말 배가 고파요”라고 말했다. 진심으로 이야기할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다. 사람들은 냉소와 방어 의식을 내려놓고 내 말에 집중했다. 낯선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욕구를 드러내면서 부탁할 때의 수치심을 극복하는 게 그 일의 핵심이었다. 듣기보다 훨씬 힘든 일이다. 구걸하면 비참한 기분이 든다. 거절당하면 우울해진다. 무엇보다 결과를 알 수 없다는 게 가장 견디기 어려웠다. 낯선 사람 앞에서 필사적으로 용기를 내서 자신을 낮추었는데도 완전히 무시당하면 최악이었다. 정말이다. 구걸해보면 투자자에게 2만 5000달러 정도 요청하는 일은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우리는 설명하다가 중단하고, 질문을 받고, 사업 구상을 낱낱이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하지만 알렉상드르를 만날 때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DVD를 우편으로 빌려주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DVD 보유! 최초로’라고 우리 사업 구상을 반쯤 이야기하자 그는 고개를 젓고 손가락 관절로 유리 탁자를 톡톡 두드리면서 아직도 흉내 낼 수 없는 억양으로 말했다. “개똥 같은 생각이에요.” 개똥이라고? 정말? 우리에게는 200만 달러에 가까운 자금과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인 팀, 제2의 아마존이 될 기회가 있는데? 리드는 알렉상드르를 빤히 쳐다보았다. 리드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읽을 수 없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나는 리드를 잘 안다. 걱정스러운 표정이었다. 알렉상드르는 DVD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질 물건이라고 말했다.
“아무도 이 기술을 오랫동안 활용하지 않을 거예요. 기술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도약했어요. 디지털 방식의 영화를 플라스틱 조각에 옮기는 일은 바보 같은 짓이죠. 정말이지 비효율적이고 느리거든.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들은 영화를 다운로드하려고 할 거예요. 아니면 실시간 재생하겠지. 당신들은 언젠가, 아마도 곧, 쓸모없는 DVD만 잔뜩 쌓아두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가 될 거예요”라고 이야기했다. “꼭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릴 거예요. 최소한 5년은 걸릴 거예요”라고 나는 말했다. 알렉상드르는 다시 고개를 저으면서 “그것보다 빠를 거예요. 왜 내가 5년도 지속하지 못할 회사에 투자해야 하죠?”라고 물었다. 실제로는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 그의 말은 거의 모두 맞았다.
우리는 알렉상드르의 말에 반론을 폈지만, 그는 잘 다듬어진 손을 흔들면서 한 마디 한 마디 무시했다. 투자자가 되어줄 수 있다고 기대했던 사람과 이런 식으로 논쟁하고 있다면, 이제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의기소침해지고, 놀라고, 조금 불안해하면서 사무실에서 나왔다. 서니베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보통 때처럼 빠른 속도로 운전했다. 모퉁이를 돌 때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리드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대단한 생각이지만,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좀 더 확실한 가능성을 보고 싶네요.
대단한 생각이지만, 가입자가 1만 명을 넘으면 다시 이야기할까요?
대단한 생각이지만, 우리가 지금 집중하고 있는 투자 분야가 아니에요.
알렉상드르는 ‘대단한 생각이지만’이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는 우리에게 ‘개똥 같은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은 우리에게 두려움을 안겼다.
엄마에게 부탁할 때 가장 초조했다. 많은 사람이 스타트업을 시작하는 단계에서 부모에게 손을 내민다. 사실 그 당시에는 아무도 스타트업의 초기 단계를 ‘시드 라운드’라고 부르지 않았다. ‘친구와 가족 라운드’라고 불렀다. 그렇다 해도 결혼해서 아이를 셋이나 둔 마흔 살 가까운 사람이 부모에게 돈을 달라고 하려니 조금 한심하게 느껴졌다. 식품점에서 엄마 다리를 잡아당기면서 사탕을 사 먹게 50센트만 달라고 조르는 여덟 살짜리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했다.
아버지는 월스트리트에서 모든 것을 잃는 사람들을 보셨다. 사업이라면 대기업이나 은행처럼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면서 현실적이어야 한다고 아버지는 생각하셨다. 몇 년이 지나야 겨우 돈을 벌 수 있는 벤처캐피털이나 스타트업은 위험하다고 여기셨다. 내가 만약 넷플릭스의 초기 사업 구상을 아버지에게 설명했다면, 아버지는 돋보기를 꺼내 들고 조목조목 비판하셨을 것이다.
PART6 200만 달러로 사업을 시작하다
이 부분이 아마 가장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클라우드가 등장하고 스퀘어스페이스 같은 웹사이트 제작 도구들이 많아지면서 맥북 컴퓨터를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도메인을 사고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 웹사이트를 뚝딱 만들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전자상거래 시대가 시작되던 1997년은 웹사이트라는 개념이 생긴 지 몇 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그리고 인터넷을 이용해 뭔가를 팔고 싶으면 웹사이트를 직접 만들어야 했다. 서버 공간만 사야 하는 게 아니라 서버 자체를 사야 했다. 온라인에서 필요한 템플릿만 사면 되는 게 아니었다. 코딩까지 해야 했다.
이 이야기는 바로 수천 시간을 들여 직접 디자인하고 코딩하고 시험하고 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웹사이트가 어떤 모습이면 좋을까? 고객이 우리 웹사이트에서 어떻게 돌아다니게 할까? 영화를 찾았을 때 어떤 화면이 보이게 할까? 영화를 어떻게 정리할까? 영화마다 어떤 내용을 보여줄까? 고객이 영화를 선택하면 무엇이 보이게 할까? 고객 정보를 어떻게 입력하게 할까? 고객이 주소나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다 실수하면 어떻게 하면 될까?
질문이 끝없이 이어졌다는 말은 전혀 과장이 아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면 완전히 다른 두 분야, 디자이너(주로 나와 크리스티나)와 실제로 웹사이트를 만드는 엔지니어 사이를 조정해야 했다. 엔지니어는 정확하지만 융통성이 없을 수밖에 없다. 그들은 지시받은 대로 정확하게 일한다. 크리스티나는 엔지니어들이 융통성을 발휘해야 할 여지를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정말 금방 알아차렸다. 그는 웹사이트 화면을 손으로 하나하나 그리기 시작했다. 웹사이트의 각 화면이 정확히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열심히 그려서 보여주었다. 각 화면이 다음 화면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수십 가지 메모도 함께 적어 넣었다. 그다음 크리스티나는 에릭에게 그 그림을 넘겼고, 에릭의 팀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우리는 에릭 팀이 만든 웹사이트를 보면서 조금 더 제안했고, 그들은 우리 제안을 받아들여 웹사이트를 수정했다.
오가고, 오가고, 오가고. 우리는 몇 달 동안 그런 식으로 일했다.
… 이어서 다음 포스팅으로